두 달 뒤 500만원에 대한 이자가 200만원으로 불어나는 돈을 선뜻 빌려 쓸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실 텐데요.
최악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노린 불법 대부업체들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습니다.
이서현 기자의 불법 추심의 현장을 잠입취재 했습니다. 더깊은 뉴스입니다.
[리포트]
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시내에 있는 평범한 주유소. 연락을 받고 왔다고 하니 건물 2층으로 안내합니다. 허름한 방은 무등록 대부업체의 임시 사무실입니다.
[현장음]
"여기 무슨 일 하는 데인지는 알고 왔죠? (네. 그 추심 한다고… )
일 해봤어요? (자세히는 모르는데)"
[현장음]
"새벽 1시까지는 업소 같은데 다니면서 돈을 좀 받아야 돼. 업소 같은데 다닌다는 게 이 일이 험한 거지."
허가를 받지 않은 곳이라 업체명도 간판도 없습니다.
그날 오후, 추심업자를 따라 현장을 동행했습니다. 채무자들과의 접선 장소는 단속의 우려가 없는 커피전문점.
[현장음]
"만들어와야지. 어떻게 해서라도 만들어야지
남의 돈 떼먹고 뭐하는 겁니까?"
[현장음]
"좋게 얘기하고 말로만 하고 가는데 오늘 저녁까지 해결하세요. 최대한 만들어보고 필요없습니다. 돈 가져오라고. 알았습니까?"
남성들에겐 200만원 미만의 소액만 빌려주고 매일 4~5만원씩 돈을 회수합니다. 일수라고 하는데 한 달 이자는 약 30%입니다.
반면 여성들에게는 500만원 이상의 큰 돈을 빌리도록 유도하고 월 단위로 돈을 회수합니다.
500만원을 빌리면 보통은 2달 후 700만원을 갚아야 합니다. '월변'이라고 하는데 연이율로 따지면 500%에 가깝습니다.
여성들을 표적으로 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.
[A씨 / 무등록 대부업 피해자]
"그 사람들이 처음 돈 빌려줄 때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. 남자들한테는 돈을 잘 안내준다고. 여자들은 그런 거 좀 겁내하잖아요. 집에 알려지거나 이런 거를…"
여성들은 저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겁니다.
[B씨 / 무등록 대부업 피해자]
"소리지는거는 뭐 기본인거고 다세대 주택이기 때문에 옆이랑 소리가 잘 들리거든요. 심한 경우에는 부모님까지 욕을 하니까"
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성상납을 요구하기까지 합니다.
[C씨 / 무등록 대부업 피해자]
"그런 경우도 있어요 네가 지금 남은 돈이 얼마얼마가 있는데 정 힘들어서 못갚을거 같으면 몸으로 때워라. 성관계를 요구하는거죠."
[전직 추심업자]
"추심원이 가서 갈 때마다 걔랑 자고 자기돈으로 받아왔다. 몸으로 때우는게 그거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. 그런 경우 많아요."
채무자들이 추심원의 신원을 모르기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할 길도 없습니다.
[A씨 / 무등록 대부업 피해자]
"(추심원이 이름 같은 것도 안 알려줘요?)
네. 성도 몰라요 솔직히."
[A씨 / 무등록 대부업 피해자]
"조사중인데 이 사람들 핸드폰이 다 대포폰이고 그런 이야기를 하죠. (경찰에) 신고해봤자 달라질게 없고 형식적인 조서만 꾸미니까."
그러는 사이 무등록 대부업자들의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습니다.
[무등록 대부업자]
"아예 사업자도 없고 대부업 신고도 안해놨고 사무실도 대놓고 없습니다. 다 안쪽으로 넣어놓지."
정부는 올해 2월 서민들의 대출 피해를 줄인다며 법정최고금리를 24%로 낮췄지만 부작용도 발생한다.
허가된 대부업체들이 대출 승인을 꺼리자 저신용자를 노린 불법 대부업체들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겁니다.
[무등록 대부업자]
"한 동네에 쉽게 50군데라고 보시면, 업체는 많습니다. 어린애들은 돈을 너무 막 깔거든요. 모르는 업자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있으니까 대화도 안되고"
발버둥칠수록 더 깊게 조여오는 불법 대부업체의 덫.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.
[A씨 / 무등록 대부업체 피해자]
"이자만 갚다가 끝나니까. 항상 난 열심히 갚고 있는데 원금이 줄지 않으니까. 제가 가족이 없다거나 부모님이 안 계시면 도망갔을 거예요 솔직히."
채널A 뉴스 이서현입니다.
newstart@donga.com
연출 김남준
구성 지한결
그래픽 전유근